여러분은 ‘김리 글라이더’라 불리는 항공 사고에 대해 알고 계시는가요?
이 ‘김리 글라이더’는 계량 단위를 혼동하는 바람에 발생한 인재(人災) 사고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소개됩니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983년 7월, 에어 캐나다 143편은 연료 게이지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항공사 측은 목적지인 에드먼튼에 도착한 후에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몬트리올에서 이륙합니다. 하지만 목적지의 절반도 못 되는 곳에서 항공기의 모든 엔진이 멈춥니다.

고도 41,000피트(약 12,500m) 상공에서 엔진 두 기가 모두 정지한 항공기. 상상조차 힘든 극도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조종사들은 글라이더를 조정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기를 가장 가까운 매니토바주 김리에 있던 옛 캐나다 왕립 공군 기지로 비상 착륙시킵니다.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고, 항공기 기체 역시 가벼운 손상만 입어, 수리 후 2008년 퇴역할 때까지 운항을 계속했지만, 특이한 사고로 인해 항공기는 “김리 글라이더”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게 됩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오래 생활하셨던 분들은 야드파운드법(US 또는 Imperial 시스템)의 질량 단위인 파운드(lb)에 익숙하실 겁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는 킬로그램(kg)은 국제단위계(SI, 또는 메트릭 시스템)의 질량 단위인데요, 두 단위 사이의 환산 비율은 대략 1 lb ≈ 0.45 kg입니다. 킬로그램 단위로 연료를 주입해야 했는데, 파운드로 착각하는 바람에 필요량의 45% 정도만 싣게 된 것이죠.
단위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황당 사고들
김리 글라이더는 단위의 오용으로 발생한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 중 하나일 뿐입니다. 1999년에는 NASA의 화성 기후 궤도선(Mars Climate Orbiter)이 파운드법과 미터법의 혼용으로 화성 대기권에서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1억 2,500만 달러짜리 우주선이 단위 하나 때문에 우주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것이죠.
평소에 ‘단위’에 무관심했다면, 그 사소해 보이는 단위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되셨나요? 사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수많은 단위 혼동이 만들어 낸 잡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뉴스는 늘 어려워
지난 몇 년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이 증가하면서, 방송에서 발전량에 관한 소개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스에서조차, 심지어 정부의 발표에서도 전력 관련 단위의 오용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단위 오용 중 하나는 바로 발전 설비 용량(GW)과 실제 발전량(GWh) 사이의 혼동입니다. 두 단위의 끝에 h(Hour)가 있고 없는 차이를 발견하셨나요?
2021년 2월, 당시 정부는 전남 신안군에 해양 풍력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설치 예정인 약 8.2GW 용량의 풍력 발전소는 “신형 원자력 발전소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바로 위에서 GW는 발전 설비 용량이고, 발전량은 GWh란 이야기를 보셨으니,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죠?
다시 한번 정리하면, 발전 설비 용량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GW(기가와트)란 단위는 사실, 발전기의 출력, 즉 특정 순간에 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을 나타냅니다. 그와 달리 GWh(기가와트시)는 실제로 발전된 총량, 즉 일정 시간 동안 실제로 생산한 전력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하지요.
다시 말해서, 1GWh란 1GW의 출력을 내는 발전기가 1시간 동안 생산한 총발전량을 뜻합니다.

그럼 다시 위에서 언급한 당시 정부 발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8.2GW의 설비 용량을 갖춘 풍력 발전 단지가 최적의 풍속 조건(약 11m/s)에서 1시간 동안 가동하면, 이론적으로는 8.2GWh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24시간 내내 최적의 속도로 불어주지 않기 때문에, 국내 풍력 발전의 이용률은 보통 약 30%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8.2GW 발전 설비가 실제로는 약 2.5GW의 출력을 갖는 기존 발전기 수준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출력 대비 발전량이 85~90% 전후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두 발전 시스템을 이렇게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 신형 원전(APR1400) 1기: 출력 약 1.4GW, 이용률 약 85% → 실질 출력 약 1.19GW
– 해상 풍력 8.2GW: 이용률 30% → 실질 출력 약 2.46GW
이렇게 놓고 본다면 풍력 발전 계획은 실제로는 원전 6기가 아니라, 원전 약 2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죠.
국수 가게 운영 전략
우연히 국수 가게에서 점심 식사로 국수를 먹다가 엄청나게 쌓여있는 국수 담는 그릇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국수를 많이 팔기 위해 국수 담는 그릇이 많이 필요하다며 구매를 유도했겠죠. 그걸 보며 발전량과 설비 용량을 혼용해서 발표하는 것과 국수 담는 그릇 사이에 묘한 유사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원전 몇 기에 해당하는 해상 풍력 단지를 짓겠다”라는 발표는 어쩌면 국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에 그릇을 많이 사도록 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주장이라는 것이죠. 그릇만 있다고, 그 그릇 수만큼 국수를 팔 수 있지 않습니다. 국수를 삶을 충분한 솥이 없다면 아무리 국수 그릇이 많아도 실제로 손님 테이블에 서빙을 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발전량은 실제로 솥에서 삶아 그릇에 담겨 손님 테이블에 올라간 국수의 양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단지 설비가 많다고 그 설비를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설비일 뿐이니까요.
해상 풍력 단지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원전 6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마치 “그릇은 600개를 마련했으니, 이제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빈 그릇의 문제
단위의 오용이 단순한 표기 실수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이 오해가 쌓이면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국수를 삶을 수도 없으면서 그릇만 많이 구매한다면, 그만큼 필요 없는 지출을 하게 된 셈이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맹점들 사이에서 본사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전기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 왜 석탄 등을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가 줄지 않지?”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동력이 크게 약화 됩니다. 과장된 약속은 결국 약속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둘째, 잘못된 정보가 임계점을 넘으면, 옳은 정보마저 거부됩니다. 이른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단지로 인해 전력 대란이 예상된다”라며 원자력 발전 재개와 신규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가진 진짜 가능성마저 과장된 수치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정책의 방향 자체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김리 글라이더의 조종사들은 뛰어난 기량으로 불시착에 성공했지만, 에너지 정책에는 비상 착륙할 옛 군사 활주로 같은 것이 없습니다. 잘못된 숫자 위에 세워진 계획이 현실과 부딪히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산업과 가계에 전해집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김리 글라이더 사고 이후, 항공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미터법 통일을 가속화하고, 연료 계산 절차에 이중 확인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나의 실수를 통해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개편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에너지 분야에서는요? 설비 용량과 발전량의 차이 같은 “작은 디테일”이 공론장에서 제대로 구분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다음부터 뉴스 등에서 “○○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 건설”이라는 헤드라인을 보시면, 이건 발전 용량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설비 용량을 말하는 것인지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작은 의문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단위의 기만에 속지 않는다면, 정책은 좀 더 명확하게 지향점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그릇만 보며, 많은 국수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