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선 거리를 걷다 보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K컬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서로에게 영어나 일본어 등으로 “여기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온 곳 맞아?”라며 서로 묻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다른 언어로 묻는 상황은 미처 알아듣지 못해서 모를 뿐이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에 문득 ‘아! 관광객들이 발견하려는 서울의 모습들이 어쩌면 내가 살아오며 알고있던 서울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미리 밝히지만 저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갈 때면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애용하는 편입니다. 많은 외국 도시의 도로들을 헤매고 다닐 때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생명줄처럼 여기며 저보다 먼저 그곳을 경험한 타지인들의 리뷰를 살펴봅니다. 그렇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체험을 통해 체득한 각자만의 경험과 감상을 리뷰를 단다는 민주적인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진짜 사람들의 진짜 경험들이 담긴 리뷰들, 어떤 의미로는 다른 관광 가이드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보물같은 리뷰가 트립어드바이저에만 있는 셈이죠.
하지만 여기에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요즘 서울은 어딜가나 K컬쳐의 인기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납니다. 이미 천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벅적대는 공간에 수 많은 외국 관광객들과 여행객들이 몰려들면서 친구 중 한 명은 강남역이나 홍대 지하철역 근처에선 유엔정기총회보다 더 많은 종류의 언어가 들린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점심 시간이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도심을 다니다 보면 많은 관광객들이 서울의 먹거리, 뷰티 등등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시내 곳곳의 매장들 앞에 기대에 찬 얼굴 표정을 지은 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들 중 대다수가 저처럼 영험한 디지털 가이드, 트립어드바이저 앱을 참고해서 그 장소들을 찾았을 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런 순간에 글의 서두에서 제기했던 의혹이 제 머릿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죠. 의혹의 정체는 바로 이렇습니다. 서울에 방문했던 이전 관광객들의 (그러니까 대다수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단기 방문자인) 리뷰에 의해 작성된 트립어드바이저 앱의 추천 장소들, 이를테면 서울의 “최고” 음식점들은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현지인(저나 제 친구들 같은)들이 선호 음식점들과 얼마나 일치할까? 그리고 또 만약 앱의 추천 순위가 현지인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면 그건 과연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여러분들도 궁금해지지 않으세요? 과연 우리가 런던이나 도쿄에 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곳의 현지인들은 제 선택에 미소를 지었을까 아니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하고 있을까?
자,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검색해 보았습니다.
저를 궁금하게 만든 순위
궁금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 들어가 서울을 검색했습니다. 일단 호텔이나 이런 곳들은 현지인들이 전혀 장점을 갖지 못한 곳이니 레스토랑을 위주로 판단해 보고자 했습니다. 2025년 10월 기준 서울 최고의 레스토랑은 구스토 타코입니다.(제가 아닌 다른 분들이 검색할 땐 다른 결과가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제 모니터 상에선 구스토 타코가 이날 일등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멕시코 음식 전문점입니다.
저는 타코(특히 맛있는 타코)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레스토랑에 대한 아무런 편견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서울 최고의 레스토랑”에 한국 레스토랑이 아닌 타코 전문점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타코는 서울의 외식 지도에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은 메뉴이니까요.
어쨌거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 너 구스토 타코라고 들어봤어?
- 어.
- 거기 어때?
- 괜찮아. (answer 1) / 가 볼만 해 (answer 2) / 난 별로 던데 (answer 3)
제 친구들(질문을 한 대상은 모두 한국인이고 주말마다 서울 최고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나름 미식가라고 자부하는 친구들에게만 질문을 했습니다) 중 누구도 구스토 타코를 서울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생각하진 않고 있습니다. 저에게 떠올랐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일까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하지만 어쩌면 그게 그토록 중요한 걸까?’는 생각도 떠오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가능하다면 여행지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이 “최고”로 치는 곳을 가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크게 무리가 없는 곳을 찾는 편인가요?
새로운 도시에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지쳐 있을 지도 모르는 여행객들에게, “최고”라는 말은 어쩌면 *편안함*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하기 쉬운 메뉴, 안심이 되는 맛. 그렇다면 여행객들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현지인들이 최고로 꼽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그간 삶에서 익숙했던 맛과 메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위는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인 **교촌치킨 동대문점**이었습니다. 물론 교촌은 한국에서 3대 프라이드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기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LA에 거주하는 현지인이라면, ‘인앤아웃’버거가 LA에서 두 번째로 좋은 레스토랑으로 여행객들에게 선택되었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될까요?
3위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서교동이란 곳에 위치한 캐주얼한 바였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활기차고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낭여행객들이 카운터에 옹기종기 모여 소주 칵테일을 마시며 “진정한 로컬의 맛”을 찾았다는 기분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평소에 먹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던 사람으로서, 한국을 다시는 방문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여행객이 서울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추억으로 이 곳을 꼽는 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과연 여행객의 입장에서 현지인들이 편안하게 어울려 노는 곳을 방문했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해 집니다.
불편한 질문
톱 10을 훑어본 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베를린, 파리, 쾰른에서 자신 있게 방문했던 트립어드바이저 앱의 추천 레스토랑들은 과연 어떤 곳일까? 그곳 현지인들은 제가 서울 순위를 보며 여행객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해 생각했을까?
해외에서 찾았던 제가 숨은 보석이라고 생각했던 공간들은 어쩌면 그 고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서울의 교촌치킨과 같은 곳 일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정말 궁금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관광객 친화적”인 레스토랑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레스토랑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까? 우리가 여행객이 되는 순간 뭔가 잘못된 지향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몇 일간의 방문으로 여행객이 현지인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짜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그리고 트립어드바이저 앱 같은 곳에 **를 하게 되죠. 하지만 트립어드바이저는 진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여행객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이 여행객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박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여행앱 입장에서 오히려 *여행자들이 모두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주자는 선택이 훨씬 그들에게 안전한 선택이 되겠지요. 누구라도 게시글을 올릴 만큼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게 하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말입니다.
“최고”에 대한 재고
다음에 파리나 베를린에서 리뷰를 훑어볼 때, 누군가는 제가 선택한 레스토랑에 눈을 굴리고 있을 거라는 걸 기억해 봐야겠습니다. 괜찮죠. 여행의 묘미는 현지인의 취향을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에게* 진짜처럼 느껴지는 것을 찾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독자 여러분: miles@polyview.online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세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하는 당신 도시의 명소들은 실제로 추천할 만한 곳인가요? 아니면 전혀 다른 곳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나요? 여러분의 의견은 저희의 의견 섹션에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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